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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by crescent88 2023. 6. 8.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그냥 만들어진 내용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여러 가지 마음과 생각들이 스쳐간다

학교, 회사, 가족, 친구, 재능과 꿈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취업과는 무관하게 어떤 대학교를 보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의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던 무조건 인문계 학교를 가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면서 

최근까지도 철없이 실업계 학교를 갔더라면 더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현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나도 그냥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고 부정하는 못난 자식일 뿐이었다 

 

회사생활이라는 게 어느 모로 보나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기는 하다

좋은 환경이라는 게 아쉽다고 느낄수록 아쉬운 법이고 감사하다고 느낄수록 감사한 법인데 

그 선을 지켜가는 것이 참 어렵다 

그저 일개 노동자로서 처우에 관한 법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개인의 힘으로 회사에 맞서봤자 나만 튕겨 나오게 될 뿐이었다 

 

대화가 없는 가족의 모습에서 

딸의 죽음을 본 이후로 가장 바쁜 모습을 보여주는 아빠

여전히 무기력하고 병색이 짙어 보이는 엄마

넉넉하지 못한 형편보다 넉넉한 관계의 부재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분명 서로를 향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저 각자의 삶이 힘들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마저 말 한마디를 힘겨워하는 게

진짜 우리가 처한 가장 불행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 것이 친구였다

월급날마다 모여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한 달을 또 버티는 힘을 내어보는 

서로에게 그런 관계가 되어 주는 것

하지만 사실은 그 정도가 한계였다

친구들 각자의 처한 상황은 사실 소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처한 삶은 그저 내가 겪기에 가장 힘들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느끼는 힘겨움의 무게인 것이 아닐까

 

 춤을 좋아하고 잘 추던 소희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춤을 추고 싶었고 함께 춤을 추는 이들이 좋았다 

직장이 힘들지만 춤을 출 수 있고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 

그럴 수 있는 환경만 허락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꿈을 꾸고 재능을 살리며 현실을 살아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이 어떤 일인지 

누구 하나 물어보는 일 없이 

 

벌어진 일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아이였던 것이 되어 버리고 

그저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바빠서는

꿈꾸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

아무것도 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또 다음번 소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

우리는 지금 그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