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혼자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다
강원도에서부터 부산까지 내려가는 기차를 타면서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리고
발 닿는 곳을 돌아다니다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보는
아무런 사전조사도 없이
그저 마음이 이끄는 데로, 시선이 이끌리는 데로 그렇게 해보는 여행이었다
여행 중에 안동을 갔을 때였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았었는데
온 김에 가보자며 버스를 타고 하회마을에 가보았다
마을한쪽에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갈 수 있었고
하회마을에서는 절벽처럼 보이는 곳을 올라갔다
옅게 안개가 끼어있는 날씨였는데
높은 곳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바위하나에 앉아서 묘한 기분에 가라앉은 마음을 느끼며 넋을 잃었다
"아... 좋다" 나도 모르게 한마디를 뱉어내곤 그대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계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2시간이나 지나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오래 있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이 너무나 신기했다
나의 여행은 여러 장소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장소에 오래 머물며 그곳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경험까지는 없었는데
처음 겪는 신기한 일이 내게 아직도 이렇게 강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훌쩍 지나가버린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그곳을 충분히 즐긴 탓인지 미련 없이 안동을 떠나 다시 기차에 올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렀다면 나는 그 시간을 너무나 사랑했던 것이다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게 흘러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대자연과 어우러진 마을,
살짝 안개가 끼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그 순간을
나는 내가 경험한 그 어떤 시간보다 좋아했었던 것 같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문득 너무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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